'와인'하면 으레 떠오르는 나라는 프랑스. 와인에 관해 알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단어, 예를 들면 보르도니 카베르네 소비뇽이니 하는 것도 다 프랑스 와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칠레 와인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와인바에서 와인 리스트를 보기도 전에 이미 칠레 와인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격 때문일까, 아니면 맛 때문일까.
와인의 자존심 프랑스 와인을 통해 신흥시장의 선두주자 칠레 와인을 들여다본다.
세계 와인시장을 지배하는 프랑스 와인
프랑스 와인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지만 세계 와인의 관점에서 보면 보르도와 부르고뉴가 가장 유명하다. 절대 강자는 역시 보르도. 그중에서도 누구나 한 번 들어봤을 메독이다. 보르도 전체에서도 가장 많은 양의 와인을 생산하며, 최고급 와인이 즐비한 땅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 와인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사실상, 세계 와인을 메독 스타일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메독 스타일은 곧 칠레 스타일이기도 하다. 칠레 와인이 오늘날 유명해진 까닭은 대부분 메독 스타일의 와인을 세계에 선보이면서부터다. 알마비바, 로스 바스코스, 세나… 모두 메독의 와인을 표준으로 하고 있다.
고급 보르도 스타일의 돈 멜초(왼쪽),
저렴한 가격에 보르도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로스 바스코스(오른쪽).
모두 칠레 와인이지만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다.
칠레 와인은 어떤 의미에서 ‘작은 프랑스'다.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프랑스의 자본과 기술이 많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 칠레 와인을 구분할 때 ‘프랑스(엄밀히 말해 보르도)식이냐 vs 아니냐'로 하기도 한다.
진딧물, 프랑스 와인을 칠레로 이동시키다
칠레의 와인 역사는 스페인으로부터 시작됐다. 500년 전, 정복자들은 어디든 포도 묘목을 가지고 갔다. 카톨릭 교회에서 쓰기 위해서였다. 이 시절의 칠레 와인은 그저 ‘붉은 과일로 만든 술'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프랑스의 양조업자 베르트랑이 여러 가지 프랑스 묘목을 가지고 건너온다. 이때부터 칠레는 프랑스 와인과 깊은 관련을 맺게 된다.
그렇지만 칠레 와인이 급속도로 현대화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진딧물 때문이었다. '필록세라'는 1800년대 중반 유럽 전역을 황폐화시켰다. 포도나무의 뿌리를 갉아먹어 고사시키는 고약한 놈이었다. 이때부터 프랑스 양조업자들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 포도나무를 심으려고 노력했다. 이때 선택된 곳이 주로 스페인ㆍ칠레ㆍ미국이었다.
칠레 와인, ‘싸구려'에서 럭셔리 와인으로 변신하다
그러나 오랫동안 칠레 와인은 답보상태였다. 1990년, 오랜 독재 정권이 무너졌다. 비상하려는 칠레 경제의 의지와 맞물려 국제적인 와인 메이커들이 칠레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의 절대 강자 바론 필립 로췰드(최고가의 프랑스 메독 1등급 와인 무통 로췰드ㆍ무통 카데 등을 만드는 회사)가 투자, 알마비바(Almaviva)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칠레 고급 와인의 서곡이었다.
알마비바는 그저 ‘싸고 양 많은' 테이블 와인으로 취급받던 칠레 와인의 이미지를 혁신시켰다. 알마비바는 마치 보르도 와인처럼, 빈티지의 개념도 가진다. 10년, 20년을 숙성시켜서 그 가치가 올라가는 와인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우리가 잘 아는 로스 바스코스도 프랑스 자본이다. 바론 필립 로췰드와 사촌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라피트 로췰드에서 투자한 회사. 라피트 로췰드 역시 메독의 1등급 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모토는 대체로 비슷하다. 프랑스의 기술로 절반 내지는 그 이하의 값에 프랑스 와인과 비슷한 맛을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칠레 와인의 이미지를 고급 와인으로 혁신시킨 알마비바(왼쪽).
보르도 와인처럼 10년, 20년을 혁신시키면 그 가치가 올라간다.
오른쪽 사진은 라피트 로췰드 오너 일가인 바론 에릭이 칠레의 와이너리를 방문한 모습.
실제로 알마비바는 15만원선(이하 국내 소비자가격)이지만, 50만원 하는 메독 2,3등급 와인과 비슷한 품질이라고 평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100만원을 호가하는 1등급 와인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알마비바만 그런 것이 아니라 비슷한 품질인 몬테스의 ‘엠(M)', '세나(Sena)' 등의 고급 와인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에 강과 언덕이 있다면, 칠레에는 대서양과 안데스 산맥이 있다
칠레 와인이 이렇게 질 좋은 것은 프랑스의 자본과 기술이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칠레 특유의 기후를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좋은 와인은 강과 산(언덕)의 조화에서 나온다. 강은 습도와 서늘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언덕은 경사지(배수)와 일조량은 보장한다. 칠레는 이 조건을 갖췄다. 강 대신 대서양이라는 바다가 그 역할을 한다. 언덕은 안데스 산맥이 대체한다. 그래서 프랑스가 작은 언덕과 강이 소기후(microclimate)를 이루어 다양한 맛의 와인이 나오는 반면, 칠레 와인은 와인 맛의 편차가 크지 않다.
안데스 산맥 아래의 칠레 와이너리.
거대한 안데스 산맥의 영향으로 칠레 와인은
소기후의 프랑스 와인과는 달리 맛의 편차가 크지 않다.
보통 좋은 와인은 ‘높은 기온'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기온만 높으면 절대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다. 낮에는 온도가 높되, 밤에는 서늘해야 한다. 그래야 와인의 맛과 뼈대를 이루는 산도(신맛)가 생기기 때문이다. 칠레는 그 조건을 갖췄다. 낮에는 대서양에서 온풍이 불어 포도를 영글게 하고, 밤에는 안데스 산맥에서 골바람이 불어와 포도밭을 식혀 준다.
두 와인의 결정적 차이, 알코올 도수와 단맛
칠레 와인과 프랑스(보르도) 와인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품종이다.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는 한다. 그러나 보르도와 칠레는 강수량이나 기온 등 상당히 비슷한 기후다. 이런 상황에서 품종이 같다면 맛이 비슷해진다. 칠레의 주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ㆍ메를로ㆍ시라ㆍ샤르도네ㆍ소비뇽 블랑이다.
이 중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가장 많다. 둘 다 프랑스 보르도가 고향이다. 시라는 론, 샤르도네는 부르고뉴, 소비뇽 블랑은 루아르가 고향이다. 모두 프랑스에 속한다. 이렇게 비슷한 품종을 쓰므로 맛도 상당히 비슷하다.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보르도 스타일 칠레 와인 프론테라 카베르네 소비뇽.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우선은 알코올 도수다. 칠레는 프랑스보다 고온이다. 그래서 보통 13.5도를 넘는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이 정도의 알코올 도수는 거의 드물다. 또 특유의 단맛이 강하다. 이는 테루아르(기후ㆍ토양 등을 아우르는 포도 재배 조건)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포도의 발효와 깊은 관련이 있다. 칠레 와인은 포도가 매우 당도가 높기 때문에 완전히 발효시키면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아진다. 그래서 와인에 적당히 단맛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도 종종 칠레 와인과 보르도 와인의 맛을 착각하게 되는데, 결정적으로 단맛의 차이로 두 와인을 구별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구분법, 보르도는 절대로 품종을 라벨에 쓰지 않는다
프랑스와 칠레 와인의 결정적 차이 중의 하나는 라벨이다. 이는 유럽의 오래된 와인 생산국가와 신흥 국가(호주ㆍ칠레ㆍ미국 등)의 차이이기도 하다. 프랑스, 특히 보르도는 품종 이름을 라벨에 쓰지 않는다. 그러나 칠레는 대부분 명기한다.
보르도가 그런 이유는 역사적인 관습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보르도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ㆍ프티 베르도ㆍ카베르네 프랑ㆍ말벡 등의 품종을 섞어서 양조했다. 당시 와인의 종류가 적었던 시절이므로, 보르도 와인은 이런 품종이 섞여 들어간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라벨에 표기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와인 소비시장이 넓어지고 세계화되면서 칠레처럼 라벨에 품종을 친절하게 표기할 필요가 생겼다.
또 칠레와 프랑스 와인의 차이는 법률도 관계가 있다. 칠레는 자유로운 신흥시장이다. 따라서 규제가 많지 않다. 라벨에 품종을 쓰든, 새로운 품종을 양조에 도입하든, 양조방법이 바뀌든 허용된다. 그러나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세세하게 규제한다. 프랑스는 이렇게 함으로써 오랜 자기 와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가치를 보존하려고 한다. 어떤 경우든 자국 와인이 제대로 대접받기 위한 방편인 것만은 분명하다.
칠레와 보르도 와인의 대체적인 특성 가운데 오크통에 관한 것이 있다. 오크향은 와인 맛을 고급스럽게 표현해 준다. 프랑스에서는 오크통을 쓸 때 여러 가지 규제가 있다. 그러나 칠레는 훨씬 자유롭다. 프랑스는 오크통 아닌, 오크향을 내는 물질, 예를 들어 오크통 조각이나 칩(일종의 톱밥)을 쓸 수 없다. 그러나 칠레는 쓸 수 있다. 아주 싼 값의 칠레 와인에서 오크향이 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이 옳으냐를 떠나 양국의 양조 스타일의 차이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칠레 와인은 보르도 와인처럼 오크통 숙성을 많이 한다.
[ 프랑스(보르도) 와인 vs. 칠레 와인 ]
◆ 공통점
-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 양조 스타일 (오크향, 주 품종을 강조)
◆ 다른점
- 기후 (프랑스는 지역별 작은 기후에 영향, 칠레는 안데스 산맥과 대서양에 큰 영향)
- 가격 편차 (칠레가 가격 편차가 훨씬 작다)
- 숙성 기간 (보르도는 오래 숙성시키고, 칠레는 오래 숙성시키지 않는다)
- 단맛 (프랑스는 적고, 칠레는 많은 편)
- 빈티지별 품질 차이 (프랑스는 크고 칠레는 작다)
- 라벨 (프랑스는 품종 이름을 쓰지 않고 칠레는 쓴다)
- 블렌딩 (보르도는 여러 품종을 대체로 섞고, 칠레는 섞지 않는다)
- 글 : 박찬일 / 와인 칼럼니스트
아직 나는 많이 어린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경험이 부족해서 일까? 아니면 내 입이 소주에 길들여져서 일까?
내가 처음 와인에 관심에 갖게 된 이유는 일본만화책"신의 물방울"에서 였다
거기 나오는 인물들은 와인과 세게 유명한 명화를 비교하여 와인의 맛을 평가한다
그들이 내뱉는 말에서 "정말 저런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갔다
하지만, 나의 첫 와인은 실패로 끝났다 ㅜㅜ
솔직히 레드와인의 그 떫떠름한 맛을 난 잘 이해를 못했다. 시큼하기도 하고,,,
와인의 첫걸음은 향이라고도 하는데, 그것도 잘 못느꼈다
그러나 천리길도 한 걸음 부터라고,
내가 처음 소주을 배울때 참이슬로 배웠듯이 와인에 대해서도 먹기 좋은 것들로 먼저 먹어가면서 어떤 맛인지에 대해 배워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