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낳은 아픔’ 두통 환자 급증세

삼성서울병원 정진상 교수팀 2006년·2008년 비교

불황에 따른 실업, 취업난, 생활고, 주식이나 펀드로 인한 재정손실, 이런 이유들로 싹튼 가정불화 등의 문제로 극심한 두통을 느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정진상 교수팀은 경기가 좋았던 2006년과 경기불황이 시작된 2008년에 내원한 두통 환자를 연령대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은 긴장성 두통과 편두통 환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긴장성 두통은 스트레스 또는 우울증이 있거나 심리적, 신체적으로 과도한 긴장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될 때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스트레스는 편두통뿐만 아니라 약물남용, 카페인 음료 과다 섭취, 음주, 흡연 등을 초래해 통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위험인자로 꼽힌다.

조사 결과 긴장성 두통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06년 1339명에서 2008년 1866명으로 39.4%, 편두통 진단 환자는 2006년 3969명에서 2008년 4687명으로 19.5%가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긴장성 두통 환자들 가운데는 2006년 858명에 불과했던 30∼50대 연령층이 2008년 1056명으로 23.1%가 늘어 눈길을 끌었다.

정 교수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심적 타격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두통을 유발한 탓으로 풀이된다"며 "실제로 진료에서도 실직, 생활고 등을 이유로 두통이 심해졌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되는 편두통 환자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역시 30∼50대 연령층 환자들이 2006년 2615명에서 2008년 3126명으로 19.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스트레스와 관련성이 적은 기타 두통 환자들은 같은 기간 중 오히려 27.1%가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이렇듯 30∼50대 두통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사회·경제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여서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연령층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직접 원인이기 때문에 대부분 휴식이나 숙면을 취하면 호전되지만 통증이 몇 주간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남성들이 특히 많이 경험하는 긴장성 두통은 과로 분노 우울증 등이 있을 때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 때 나타나는데, 갑자기 뒷목이 뻐근하거나 조이는 것 같은 증상을 느끼게 된다. 반면 편두통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 흔한 두통으로, 맥박이 뛰는 듯 한쪽 머리가 몹시 욱신거리는 통증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두 증상 모두 자주 반복되는 경우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통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퇴치와 함께 적절한 치료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갑자기 심한 두통을 느낄 경우 이 밖에도 지주막하출혈, 뇌출혈, 뇌종양, 뇌혈관기형, 뇌수막염, 녹내장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특히 갑작스런 두통과 함께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될 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