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알코올 도수 90년만에 절반 ‘뚝’
국민주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90여년 만에 절반 가까이로 낮아졌다.
국내 상업용 소주는 1920년 35도로 출발했으나 진로가 19일 18.5도짜리 ‘제이’를 리뉴얼 출시하면서 18도대 시대를 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당시만 해도 전국에 소주 제조업체는 무려 3200여개에 이르렀으며 알코올 도수 35도 짜리 증류식 소주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1965년 30도짜리 희석식 소주가 등장하면서 소주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소주는 지금처럼 국민주가 아니었다. 진로가 희석식 소주를 처음 내놓은 65년만 해도 국내 술시장은 막걸리의 독무대였다.
소주가 술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것은 73년 알코올 도수를 5도 내린 ‘25도 진로’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급속한 경제성장이 가져온 경쟁과 스트레스로 ‘독한 술’인 소주가 서민들의 술상에 오르면서 ‘소주=25도’라는 등식이 만들어졌으며 확실한 국민주로 자리매김됐다. 이후 ‘소주=25도’라는 등식은 25년간 이어졌다.
소주업계에서 불문율로 통했던 ‘소주=25도’의 등식이 깨진 것은 지난 98년 10월. 진로가 알코올 도수 23도짜리 참이슬을 시장에 선보였다. 현재 18도대까지 내려간 소주 저도화 경쟁의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이후 2002년 참이슬(22도)이 나온 데 이어 2006년 참이슬은 20.1도까지 낮아졌다.
2006년 진로가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하면서 알코올 도수를 19.8도로 내려 10도대 시대를 열었다.
이어 2007년 참이슬 후레쉬(19.5도), 롯데 부드러운 처음처럼(19.5도)등 0.3도씩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 제품이 거듭 등장했다.
지방 소주사도 저도화 경쟁에 가세해 이 시기에 금복주 참스페셜(19.5도), 대선주조 시원(19.8도), 무학 하이트(19.9도), 보해양조 잎새주(19.5도), 한라산 순한소주(19.8도) 등을 출시했다.
이런 소주시장에 진로가 19일 기존의 19.5도에서 18.5도로 1도 낮춘 ‘제이’를 리뉴얼 출시하면서 부드러운 소주 경쟁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
여성 등으로 신규 소주 수요층이 확대되는 한편 소주사도 값비싼 알코올의 함량을 떨어뜨리면서 수십억원의 생산원가를 줄일 수 있어 더 낮은 도수의 소주는 계속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소주 알코올 도수 하한선을 17도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코올 도수가 17도 이하일 경우 저도주와의 구분이 모호해진다”며 “17도 이하일 경우 TV광고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지나치게 음주문화를 조장할 수도 있고 청소년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당국이 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드러운 소주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주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
소주 알코올 도수가 22.0도였던 2002년 소주 소비량은 84만㎘였으나 2006년(20도 안밖)에는 95만㎘로 늘었으며 이어 2007년(19도 안밖) 96만㎘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소주가 저도화 과정을 거치면서 소주는 톡 쏘는 독한 이미지를 벗고 여성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술로 변신했다.